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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의 모든 것/저서 언론 소개

[한겨레신문 기고] <한반도 신경제지도> 중국의 일대일로와 북방경제 협력


2018년 1월 11일 한겨레신문에 기고문을 내었습니다. 

지면에서의 제목이 "중 세계화 전략에...한반도, 변방 아닌 중심축 돼야"라는 제목으로 실렸고

인터넷에서는 아래와 같이 "<한반도 신경제지도> 중국의 일대일로와 북방경제 협력"이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기회를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간이 다소 지나서 제 블로그에도 기고문을 올려봅니다. 


아쉬운 점은 "중 세계화"라는 표현인데 의미상 그렇게 볼 수 있으나 

"연계성"이라는 새로운 세계화를 중국이 주도하고 있고

한국이 새로운 역내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주셨으면 합니다. 


관련 출처는 아래 표시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중국의 일대일로와 북방경제 협력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diplomacy/827164.html#csidx2d07d8a640de716ab23ba9233445218


등록 :2018-01-10 18:00수정 :2018-01-10 20:09

전문가 진단- 2018년 문재인 정부 외교 점검
이창주 <일대일로의 모든 것> 저자

시진핑 집권2기가 결정되었다. 제19차 당대회 이후, 시진핑의 권력은 한층 더 공고해졌다. 5년 전, ‘중국의 꿈(中國夢)’을 제시했던 시진핑은 중국의 ‘새로운 시대(新時代)’를 외쳤다. 시진핑은 ‘새로운 시대’에 종합국력과 국제사회 내 영향력을 향상시키며 ‘중국몽’을 실현하겠다 고 공언했다. 그렇다면 시진핑이 말하는 ‘중국의 꿈’, ‘새로운 시대’는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 그 꿈의 핵심에 ‘일대일로(一帶一路)’가 있다.


중국의 꿈은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이다. 이 추상적인 개념을 ‘공간(空間)’에 착상시킨 것이 바로 ‘일대일로’이다. 일대일로는 ‘실크로드경제벨트’(일대; 육로)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일로; 해상)를 하나로 합친 중국의 신조어이다. 시진핑은 2013년 9월 카자흐스탄에서 ‘실크로드경제벨트’와 ‘5통(五通)’,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21세기 해상실크로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설립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중국은 2013년부터 현대판 실크로드 재건을 국제사회에 내놓고 현재까지 국제사회 내 중국의 새로운 구상이자 브랜드로 ‘일대일로’를 추진하고 있다. 제19차 당대회 에서는 ‘일대일로’가 중국 공산당 당장(黨章)에 포함됐다. 정부보다 당을 우선하는 중국의 정치구조 특성상 이는 중국의 어떤 성격의 차기 지도부도 일대일로를 중점 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일대일로는 구상(構想)인가, 아니면 전략(戰略)인가. 중국은 이미 존재하는 항로를 연결하며 왜 실크로드 재건이라는 말을 쓰는 것인가. 일대일로는 중국의 ‘서진(西進)’과 ‘남하(南下)’만을 위한 것인가. 중국의 동북지역은 일대일로에 포함되는 것일까. 일대일로, 북방경제, 그리고 한반도는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북방경제는 서쪽으로 환발해경제권~환황해경제권, 동쪽으로는 두만강개발계획~환동해경제권으로 연결이 되는데 이 두 라인이 한반도에 종합되며 환태평양 경제권과 연결된다.


■ 구상과 전략으로서의 일대일로


구상(構想)과 전략(戰略)은 내용이 다르다. 구상은 전체 파이를 키우자는 의미로 경제적 자유주의를 뜻한다. 전략은 전체 파이 내 자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중상주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일대일로는 구상이자 전략이다. 중국은 전체 파이를 키워나가는 동시에 그 파이 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일대일로를 진행하고 있다.


일대일로 구상은 2009년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제시한 연계성(Connectivity; 互聯互通)을 그 핵심으로 하고 있다. 동시에 일대일로 전략은 중국의 국영기업의 저우추취(走出去; 해외진출)을 그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 두 개의 개념이 중국 내에서 혼용되자 ‘일대일로’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이미 존재하는 항로를 연결하며 왜 실크로드 재건이라는 말을 쓰는 것일까. ‘일대일로’와 관련된 지도 그림을 바라보면 육로와 해상의 길이 ‘선(線)’으로 주요 육로나 항로를 연결해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노선은 이미 존재하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일대일로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연계성, 그리고 ‘5통(五通)’에 그 대답이 숨어있다.


5통(五通)은 일대일로의 핵심 운영 메커니즘이다. 5통은 5개의 통(通)으로, 정책구통(政策溝通), 시설련통(設施聯通), 무역창통(貿易暢通), 자금융통(資金融通), 민심상통(民心相通)을 의미한다.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5통 중에 시설련통, 무역창통, 민심상통은 바로 연계성에 해당한다. 중국은 이 연계성에 정책구통과 자금융통을 더해 5통으로 발전시켜 일대일로를 추진 중이다.


일대일로의 핵심 개념인 연계성을 포함하는 5통은 궁극적으로 지역 내 경제공동체 건설을 목표로 한다. 연계성 중에, 시설연통(Physical Connectivity)은 도로, 철로, 공항, 항만과 같은 인프라를 건설 혹은 개선해 물질적 네트워크를 건설하려는 것이며. 무역창통(Institutional Connectivity)은 통관제도, AEO 인증제도, 무역 및 투자 편리화 등 초국경의 원활한 흐름을 위한 제도적 연계를 의미한다. 민심상통(People-to-people Connectivity)은 관광, 의료, 학술, 체육, 문화 등의 인적 교류를 추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간 네트워크 연계로 역내 경제공동체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이에 더해 정책구통으로 안보와 경제를 포함한 정책 소통의 플랫폼을 구축하며, 자금융통으로 AIIB, 실크로드 기금과 같은 금융 및 융자 지원 플랫폼을 만들어 5통에 바탕한 일대일로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일대일로의 그림은 이처럼 물류의 노선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인프라 건설, 무역 및 통관 제도 개선, 민간 교류 확대 등을 종합적으로 공간 위에 녹여내어 역내 나아가 국제 경제공동체 건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은 연계성과 5통으로 형성된 경제공동체 건설 플랫폼에 자국의 국영기업, 지방정부 등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줌으로써 국익을 극대화하고 있는데, 일대일로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 공급처 및 물류노선 다원화, 인프라 건설시장 및 상품시장의 확대, 글로벌 영향력 확장 등은 바로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다.


■ 서진(西進)과 남하(南下)를 넘어선 글로벌 지향


2016년 11월 페루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은 남미 국가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일대일로” 구상과 실천방안을 결합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를 덮을 수 있는 복합형 연계성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육상 실크로드가 중국의 서진, 해상 실크로드는 중국의 남하라는 인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서쪽과 남쪽만을 연결하기 위한 구상이 아니다. 첫 구상부터 글로벌 구상이었다. 동서남북 사통팔달한 세계 허브로서 중국을 건설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대일로는 중국 전체와 세계 전체를 그 범위로 두고 있다.


그 근거는 일대일로의 설계도라 볼 수 있는 일대일로 액션플랜에 명시되어 있다. 중국은 2015년 3월 국무원 비준 하에 국가발전개혁위, 외교부, 상무부 등 3개 기관이 동시에 “실크로드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 공동건설 추진의 비전과 행동(일대일로 액션플랜)”을 발표했다. 일대일로 연구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문건이다.


이 문서에서 중국은 일대일로의 범위를 동아시아 경제권과 유럽 경제권을 두 축으로 삼는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를 그 국제범위로 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에 다른 구절이 하나 더 포함되어 있다. “‘일대일로’ 관련 국가는 고대 실크로드의 범위에 국한되지 않으며, 각 국가, 국제 혹은 지역조직 모두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바로 일대일로의 진면목이 함축되어 있다. 주목할 점은 중국 정부는 단 한 번도 어느 국가가 일대일로 범위에 포함된다고 말한 바 없다. 동아시아와 유럽을 두 축으로 하는 ‘지역 경제권’만 모호하게 언급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누구도 일대일로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이렇듯 모호하게 일대일로 국제범위를 설명했을까.


중국이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는 명시하되 미주(美洲) 경제권 접근에 신중했던 것은 바로 당시 오바마 미 행정부의 ‘재균형’ 전략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때문이었다.‘아시아중시전략’, ‘재균형’ 전략, TPP 등은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 맞춤형 견제 전략이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여기에 ‘2011 실크로드 전략’까지 추가하며 인도를 축으로 서부는 중앙아시아, 중동, 남캅카스, 유럽 라인을 구축하고, 동부로는 아태 지역을 커버하는 아시아회귀전략 노선을 구축함으로써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대외전략을 추진했던 것이다.


중국은 ‘개발 중심의 세계화’ 큰 흐름 속에 AIIB와 브릭스은행 등을 통한 유라시아 개발 금융을 설립하고, 동아시아와 유럽을 두 축으로 그 중간지대 전체를 연계성으로 엮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미국의 대중 전략에 대응했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TPP가 제시한 ‘높은 수준의 표준화’ 요구치에 맞춰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를 통한 중국 내부 개혁을 진행했다. 이렇듯 시진핑 시대에 들어 제2의 개혁개방 정책이 추진되었는데 그 대외적 실체가 일대일로로 나타났던 것이다. 요컨대, 중국은 일대일로 국제 범위에서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은 명시하고 아메리카 지역에는 “모든 국가, 국제 및 지역조직이 참여가능”하다는 구절로 그 참여를 유도했던 것이다. 중국의 전략은 유라시아 내 경제협력의 판을 키워 미국 및 라틴 아메리카가 참여를 원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일대일로


한국은 이미 일대일로 “구상”의 범위 내에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한중 양국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일대일로’ 연결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한반도 신 경제지도’ 역시 환 한반도 경제권 형성을 위한 연계성 전략으로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부합된다. 여기에 ‘6자회담’이나 ‘GTI(광역두만강개발계획’ 같은 국제레짐은 ‘정책구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며, 다시 AIIB, 한중 금융협력 등의 분야는 ‘자금융통’ 분야에 해당한다. 이 모두를 종합하면 일대일로의 핵심기제인 ‘5통’이 된다.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 직속의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설립한 것은 바로 북방경제와 한반도를 연계성으로 묶어 ‘한반도 신 경제지도’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활의 시위를 크게 당길수록 화살은 멀리 나간다. 한국 항만의 배후지가 넓어질수록 해운의 물동량은 많아지는 법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반도와 북방경제의 협력은 중요하다.


징진지(京津冀, 중국 수도권) 연안경제협동발전, 장강경제벨트의 3대 경제지대와 동부선도, 서부대개발, 동북진흥, 중부굴기의 4대 경제블록.


일대일로에서 북방경제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 근거는 두가지다. 하나는 중국의 국토개발전략이다. 중국 중앙은 징진지(京津冀; 수도권) 경제합동발전, 장강 경제벨트, 일대일로를 2015년부터 3대 국가전략로 지정하고 추진 중이다. 여기에 중국 전반을 4개의 경제권으로 나누어 동부솔선(동부연해), 서부대개발(2000~2050년), 동북진흥(2003년), 중부굴기(2006년)를 4개의 경제블록으로 지정했다. 이 3개 경제 엔진과 4개의 경제블록을 통해 중국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완성하며 전 세계와 엮겠다는 전략이다.


다른 하나는, 일대일로 액션플랜에 동북 지역의 일대일로 역할이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일대일로 액션플랜 6번째 항목에 ‘중국 각 지방 개방 태세’가 있다. 이 항목에는 중국을 총 4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첫 번째 지역이 바로 중국의 서북 및 동북지역에 관한 내용이다. 액션플랜에는 ‘동북3성과 러시아 극동지역 해륙 연계 운송 협력 추진, 베이징~모스크바 유라시아 고속 운송 회랑 건설을 추진하여 북방을 향한 중요한 게이트를 건설’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종합하면,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동북3성을 북방경제를 향한 중요한 게이트로 건설하겠다는 것을 이미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경협을 통해 러시아 극동항만 연계(러시아의 프리모리예-1,2 교통망), 헤이룽장성-자바이칼계획 연계, 북극항만 개발과 내륙 연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연계성+정책구통+자금융통을 통해 북방경제 개척을 이미 진행 중인 것이다. 북방경제 개발이 한반도 신 경제지도와 만나고, 이를 다시 신 남방정책과 연계할 수 있다면 유라시아와 환태평양·인도양을 엮는 큰 흐름을 한반도에서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창주
이창주



일대일로 이전에 이미 연계성은 존재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이 세계적 흐름인 연계성을 주도하려 하고 있다. 한반도의 북방 역시 그 흐름 가운데에 있다. 일대일로를 정확히 이해해야 하고. 그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 일대일로를 너머 세계 전반을 엮는 연계성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새로운 세계화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사드를 넘어 문재인 정부는 이 일대일로 구상에 적극 참여하는 글로벌 전략을 전개해야 한 것이다. 그래야 한반도가 변방이 아닌 그 큰 흐름의 또 다른 지역적 중심 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창주 <일대일로의 모든 것> 저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diplomacy/827164.html#csidx153dc82aa42641b844f78d374a89cc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