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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주 박사 낙서장

비오는 예원 연못에서

 

 

 

이창주의 낙서시간_

 

비오는 어느 겨울날, 반갑지만은 않은 비가 비단잉어들을 자극하던 상하이 예원 안 연못.

말로는 설명하기 매우 힘든 그 느낌.

 

굳이 글로 설명해보려 노력하면...

 

잉어 자체의 아름다움..

잉어를 만졌을 때 미끌미끌한 그런 느낌..

한 마리가 아닌 군(群)을 이루어 나에게 다가올 때 갑작스레 받은 두려움..

크기와 색상이 서로 다른 잉어가 불규칙적 질서를 만들어내는 모습에 느끼는 네트워크 형태..

잉어들이 연못 한 구석에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연못 자체를 크게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특하다는 생각..

 

전체적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듯한 잉어들에 느끼는 모종의 두려움과 함께 모순되지만..

나에게 이렇게 많은 잉어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는 영웅심리..

 

하지만..

 

어쩌면 나에게 가까이 온 잉어들은 내게 관심이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가까이 온 잉어들 중에서도 나에게 등을 돌린 잉어들도 있었고,

저기... 나와 거리가 먼 곳에서 나를 향한 잉어들도 있었고...

 

그와 반대로 가까이에 있고 나를 향한 잉어도 있고,

멀리에 있으면서 나를 향하지도 않은 잉어도 있고..

 

비가 내리던 공간의 한계가 있는 연못 속에 그렇게 잉어들은 그들만의 세상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나는 이러한 볼품 없는 연상의 작용으로,

나의 인간관계를 고민해봤고,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키워드들의 연결고리를 생각해보았다.

 

 

문제는 딱딱한 돌처럼 나를 긁어 상처 및 흔적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잉어처럼 미끄럽게 나를 스쳐지나가는 것들...

내게 추억이나 기억을 남기지 않는 매정한 것들에... 잠깐 마음의 아련함..

 

자신들이 미끄러운지 모르고 나에게 정이라는 것조차 없는 냉혈동물이라 네이밍하던 그들...

돈을 들여 저 연못에 잉어의 먹이를 던졌다면 저 모든 잉어들이 나에게 왔을까?

 

그럼 저런 네트워크 구조가 형성되지 못하겠지?

난 그저 저 상태가 너무 좋은데..

 

그렇게 비가 연못의 표면에 흔적을 남기던 그 순간..

미끄러운 비단잉어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네트워크를 바라보며 실없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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