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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주 박사 낙서장/일상 생활 속에서

새벽 2시, 거리에서..

 

 

 

 

새벽 2시.. 푸단대 거리에서.. 찍은 사진_

 

개인적으로는 제가 찍은 사진 중에 가장 예술성이 짙은 사진이라 생각합니다.

사진을 잘 찍는 것은 아니구요.

그냥 이렇게 제가 느낌 오는대로 사진 찍는 것은 좋아합니다.

 

상하이 푸단대를 아시는 분들을 위해 정확한 위치를 설명해드리면,

지금 이 거리를 쭉 타고 가면 기숙사동으로 들어가는 문이 나오지요.

 

음... 2012년 하반기에 찍은 사진인데...

 

잠시 기분도 너무 울적하고 그래서

막무가내로 밤새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맴돌았죠.

한참 돌다가 이 거리에 들어섰는데,

곧게 뻗은 거리에 가로수들이 스스로 구도를 잡고

거리의 가로등의 빛들은 내 앞에서 부서져 조각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언제든 행인으로 가득할 것만 같던 거리가 새벽 2시에는 텅텅비었고,

제가 서있는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을 향해 바라보는 느낌은.. 뭔가 쓸쓸하기도 했고..

혼자라서 다행이다는 뭐 그런 알 수 없는 해방감도 주더군요.

 

사진을 찍으면서 생각했던건데,

 

이 길을 자전거 타고 쭉 가면 내가 밝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쓸데 없이 내가 스스로 어두운 곳에 서있으면서

밝은 곳에 서있지 않는 지금 나의 모습을 한탄하는게 너무 이이가 없기도 했습니다.

 

조금만 더 용기를 내어서 앞으로 가면 내가 원하는 밝은 곳인데,

오히려 저는 어두운 곳에 적응하여 밝은 곳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라는 생각..

 

아예 어두운 부분과 아예 밝은 부분의 경계 사이에서 빛의 조각을 바라보며

그렇게 저는 명암의 경계를 즐기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내 몸에 나는 적당한 땀냄새가 싫지 않았고, 

밤이라서 잠이 오는 듯하기도 했고,

조금 더 돌아다니고 싶기도 했고,

그냥저냥 동화같은 이 풍경 속에 잠시 빠져들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거리에서..

 

 

혼자만의 추억에 잠길 수 있다는 것도 나름의 행운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진을 자세히 드려다보시면 오른쪽 하단에 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음... 아이폰으로 거리의 풍경을 사냥하는 저의 모습이지요.

 

그렇게 아무도 없던 새벽 2시 거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