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현안진단 원고

저자 상하이 푸단대 이창주


IFES현안진단



2016-01-29  NO39 [2016-01] 


출처 링크 : http://ifes.kyungnam.ac.kr/kor/PUB/PUB_0501V.aspx?code=FRM160129_0001


  미국과 중국은 서로 전쟁을 원할까. 그렇다면 중국과 일본은 어떠한가. 대답은 ‘아니다’이다. 국가들이 국제사회에서 서로를 견제하고 협력하는 것은 결국 희소한 가치를 두고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외교는 이런 의미에서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전 영역에 걸쳐 치밀한 계산 하에 이루어진다.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라는 말처럼, 국가 간 관계는 항상 유동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동북아 외교 상황을 분석하고 한국이 직면한 외교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미국의 목소리이다. 미국은 중국에 무역 불균형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미국의 제1수입국은 중국이다. 미국의 대중국 수입액은 4,438억 6,500만 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21.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동년 미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1,060억 5,900만 달러로 전체의 7.7%를 차지하며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통계 수치를 보더라도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외교행위를 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견제’의 의미는 중국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균형을 원하는 것이다. 2014년 미국 전체 교역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4.92%이다. 중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전체 교역량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2.9%이다. 미중 양국의 상호 경제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미국이 원하는 것은 바로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인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통계자료를 토대로 양국의 교역 비중을 비교하면 미중 관계와 다른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일본의 총 무역액 중에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47%이다. 참고로 동년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32%이다. 같은 해 일본의 대중국 수출액은 13조 3,810억엔으로 일본 전체 수출액 중 18.3%를 차지했다. 일본의 대중국 수입액은 19조 1,760억엔으로 전체 수입액 중 22.32%를 차지한다. 중국 전체 교역액 중 일본의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중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중국 총 교역액 중에 일본의 비중은 7.3%이다.

  이런 통계자료를 토대로 국제사회에서 진행되는 국가이익 경쟁 게임을 살펴보자.  미중 양국은 상호 의존 정도가 크고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서로의 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하면서 양국의 내수시장 공략을 펼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중국과의 분쟁에 사실상 개입하지만 직접적인 마찰을 피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는 북핵문제로, 일본과 동맹은 댜오위다오(센카쿠) 문제, 아세안과의 문제는 남중국해 문제로 개입한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을 직접 견제하는 모습이 아니라 명분을 가지고 ‘재균형(Rebalancing)’을 위한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이에 중국은 신형대국관계론을 토대로 갈등 없는 강대국 관계를 미국에 제의하면서도 유라시아 전역을 엮는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매년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통해 서로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며 경쟁과 견제의 게임을 펼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관계는 어떠한가. 무역액 비중만 두고 분석하기에는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지만 무역액 비중을 따짐으로써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의 가치는 매우 크다. 무역액 비중만 보면 20.47% : 7.3%로 일본이 중국에 무역 의존하는 정도가 크다. IMF 자료에 따르면, 세계수출액 비중에서도 중국은 세계수출액의 12.73%, 일본은 3.75%로 중국의 수출액이 월등히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은 TPP 참여와 다양한 국제협력을 주도함으로써 대중국 무역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현재 중국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갈등구조로만 가져가기에 무리가 있다. 중국은 일본의 선진화된 기술, 1억이 넘는 내수시장, 그리고 국제사회에 투자할 수 있는 자본력 등을 무시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겉으로는 양국이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다양한 경제협력에 대한 희망이 내재하고 있다. 중일관계 역시 갈등구조에서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면 비등했던 여론이 안정화되고 내재되었던 경제협력이 드러난다.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통해 국제시장에서 중국을 고립시킬 수 있음을 내보이면서 중국과의 무역구조에서 불리함을 상쇄하고 전략적으로 미중 간 균형자 역할을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최근 중일 고위급경제대화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월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일 양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제·금융 분야를 논의할 협의체를 연내에 출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국이 협의할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위안화와 엔화 통화 스와핑 재개, 일본의 AIIB 참여 문제, 한중일 FTA 협상, 양국 투자 문제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도 중국 덩샤오핑은 일본의 대중국 투자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댜오위다오(센카쿠) 문제는 후대에 맡기자며 갈등을 잠시 접어두는 외교, 이른바 ‘각치외교(搁置外交)’를 펼친 바 있다. 2012년 댜오위다오 문제로 양국의 갈등이 첨예했고 그 이후로 역사문제까지 겹치면서 양국 관계가 경색되었지만, 이번 중일 경제협력체 구성을 위한 고위급경제대화 계획은 덩샤오핑의 그때를 떠오르게 한다.

  문제는 한국이다. 2015년 11월 거의 3년 반 만에 한중일 정상회담이 한국 주도로 열렸다. 2015년 9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뒤의 일이었다. 한국은 한미일 군사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중국과 한중 FTA 체결, 중국 열병식 참석 등의 성의를 보이며 중국 내수시장 진입 확장은 물론 미일과의 관계 역시 중시했다.

  그러나 2015년 12월 28일 한일 간 위안부 협정에서 시작해 한국은 대중관계뿐 아니라 다른 외교적인 부문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제재 강화와 박근혜 대통령의 5자회담 제의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사실 중국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문제에 대해 자주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북핵문제는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원했다. 강한 대북제재를 통한 북한 압박보다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로 나설 수 있는 협력의 길을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한중관계가 가까워지면 북중관계가 멀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남북한과 중국 간 관계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이 역시 틀린 것은 아니지만, 엄밀히 말해 북중관계는 한중관계의 종속변수가 아닌 독립변수이다. 중국은 대외적으로 남북한 통일에 대해 지지하면서도 한국과 북한이 각각 UN 회원국이며 다른 국가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다른 각도로 설명하기 위해 살펴볼 사항이 있다. 2015년 7월 중국 시진핑 주석은 지린성 창춘과 랴오닝성 선양에 방문하며 동북3성 개발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2015년 지린성(6.5%), 헤이룽장성(5.7%)은 낮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중국 전체 성시 중 하위에 머물렀으며, 랴오닝성은 3.0%의 경제성장을 보이며 최하위를 기록했다. 중국 지도부가 동북지역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며, 동북3성 경제성장률이 2015년 중국 전체 경제성장률(6.9%)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면 북한과 접경하고 있는 랴오닝성과 지린성의 지역경제에 악영향이 간다. 또한 북한 발 불안정성 확장은 중국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이것이 대북제재 수위를 더 강화하자는 한미 양국의 제안을 중국이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이다. 또한 중국이 6자회담 재개 및 북한 개혁·개방 위한 노력을 역제안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THAAD 도입을 언급하며 중국을 압박했고, 5자회담을 제의하며 대북 압박에 동참하라는 제안을 중국에 한 셈이다. 이에 더해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베이징을 직접 방문해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가시적 성과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물론 문제의 시작은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진행한 데 있다. 그러나 한국이 대북 압박에 경도된 사이 일본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체를 위한 협의를 준비하고, 미국 역시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은 상호 간의 무역액 비중에서 보듯 상호 협력 공간을 확보하면서 견제의 프레임을 가져가고 있지만, 한국은 북핵문제에 몰두하며 다른 사안을 도외시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로 한일관계 전체를 경색국면으로 만든 사례가 다시 되풀이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한국은 이제라도 북핵문제를 6자회담 재개와 같은 국제협력을 통한 해결을 주장하고, 동북아 내 경제협력 기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Shanghai LEE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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