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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주 박사 낙서장/국제 뉴스

2018.5.18. 현 정세를 보며


2018.5.18.


갑작스런 경색국면이 초래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점이 있다.

블로그 방문하시는 분들이 보시기에 거북한 지적이 될 수도 있겠다. 그냥 낙서지만.


1) 저널리스트의 숙명이라지만, 탐사보도 형식으로 방송된 북한 식당 여종업원 탈북문제 보도는 시기상조였다. 그 보도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언젠가 진실도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협상이란게 진행 중인 현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입지를 줄여버릴 분위기를 국내 언론에 만들어버리는 것은 다소 안타까운 부분이다. 6월 12일 이후에, 혹은 종전선언 이후에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으면 더 좋았겠다 생각했다. 만약 현 정부에서 진짜로 여종업원 문제 조사에 착수하고 백번 양보해 북측으로 다시 보낸다고 해보자, 그러면 현 선거 정국에서 현 정부는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이고, 그 과정의 투명성을 공개해야하며, 그 과정에 이 변수가 북한과의 협상에 크게 영향을 줄것이다. 차라리 6월 12일 북미대화, 6월 13일 지방선거 이후에 이를 기획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크다. 주목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이 되게 만드는 것이다.


2) 태영호 공사 관련. 태영호 공사가 출간한 "3층 서기실의 암호"를 정독하고 있다. 다른 일정 만들지 않으면서. 벌써 절반 이상 읽었는데 북한 외교관의 시각에서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상황을 정리한 자서전 성격이다. 책에 대한 소감은 다 읽고 정리해보려 한다. 태영호 공사에 대한 비판과 비난의 글도 많이 읽어봤고, 애초에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도 한 권의 소설을 읽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1) 북한 외교관의 시각으로 정세를 다시 한번 볼 수 있다, (2) 냉전 붕괴 직후 굵직한 정세의 흐름 속에 북한이 정말 이랬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영감을 준다, (3) 사실이건 아니건 책 속에 서술된 몇 가지 사건을 통해 북한의 외교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은 있었다. 다시 말해 "몹쓸 책"은 아니라는 것.


태영호 공사의 책에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나름 이해가 된다. 너무 적나라하게 글을 쓰기도 했지만, 그 정보도 (만약 사실이라면) 북측에서 민감해할 자료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1)과 일맥상통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출판의 타이밍이다. 태영호 공사가 머릿말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원래 3월달에 책을 출판하려했는데 4.17 남북정상회담에 영향을 줄까봐 5월에 출판했다는 것. 만약 그런 마인드였다면 차라리 6월 12일 이후에 출판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 자체의 힘이 발휘되어 국내정치에서 가공 및 과장되고 남북관계, 북미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3) 그냥 저냥 현 정세를 보면서 느낀 점은... 북한의 움직임은 "동맹형 공격성"의 모습을 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의 후견자가 굳건히 자리잡혀 있다는 느낌이다. 중국. 본인이 계속 강조해왔던 대로..


한미일 간에 정보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한반도-중국 관계에서는 한중 관계보다 북중 관계가 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이 한국 측에 북한과의 협력 단계를 설명했다고 치더라도 한국이 중국에 관련된 발언을 하고 있는지, 혹은 관련된 협조를 진행하고 있는 지 의문이다.


현 국면에 북중관계가 독립변수가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북중관계가 현 국면의 종속변수가 되게 만들어야 한다. 그 연결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미중 관계에서도 중재자, 북미 관계에서도 중재자, 북중관계에서도 중재자 역할을 진행하며 한국이 어느 한 곳에서도 빠져서는 안 되는 국면이다.


종합해보면,


현 정세에 1) 한미 맥스선더 군사 훈련, 2) 존 볼튼의 리비아 모델 발언(트럼프 모델이라 후에 샌더스 대변인이 말했지만), 3) 태영호 공사의 국회 강연, 4) 북 종업원 탈북 이슈, 5) 중국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경협 약속, 6) 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기싸움 등이 변수로 작용한다고 봤을 때


한국이 한중 협력을 강화했더라면(중국은 몹시 원했음) 대외적인 문제에서 우리가 중국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많았거니와 북중 관계 이슈에서 중국이 한국과의 협력을 더 신경써 북중 간의 이슈를 한국의 의지에 의해 조정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비핵화 단계별로 중국의 원조가 단독으로 들어가도록 방치할게 아니라, 한국이 미국과 북중 사이의 중재자로서 비핵화 단계별로 미국 제재 완화, 중국의 원조, 이 스텝에 맞는 남북경협사업을 패키지로 계획해 북한에 메시지를 던졌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한중 간에 더 구체적 대화를 위한 대화 채널을 확보해

상술한 국제공조를 재수립해야 한다.


국내 이슈에서는 적어도 6월 12일까지라도 현 정부의 입지를 좁히는 이슈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톤다운을 해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정말 역사적인 순간을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생각해본다. 국내에서 문재인 정부를 믿고 목소리를 내줘야하는데 선거국면까지 겹치니 현 정부에서도 많이 힘들 듯.


쓰다보니 낙서가 길다.